바쁜 팀과 성과 나는 팀의 결정적 차이 — 방향 동기화

바쁜 팀과 성과 나는 팀의 결정적 차이 — 방향 동기화

"우리 회사가 뭘 하는 회사예요?"

조직에 들어가면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이 질문을 합니다. 돌아오는 답은 조직마다 다르지만, 패턴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IT 회사요." "앱 만드는 회사 아닌가요?" "건강 관련 서비스?" "코칭 플랫폼이요." 같은 회사,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CEO에게도 같은 질문을 합니다. 돌아오는 답은 구성원들의 답과 전혀 다릅니다. 훨씬 명확한 정의가 있고, 자기만의 언어로 정리된 방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CEO는 그 이야기를 안 한 것도 아닙니다. 비전도 공유하고, 방향도 이야기하고, 새로운 가능성도 자주 꺼냅니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의 답은 저렇습니다.

이건 드문 일이 아닙니다. 10년간 수십 개 조직에서 같은 질문을 했는데, 구성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무엇을 만드는가", "어떤 서비스를 하는가"로 회사를 설명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 자기가 만드는 것으로 정의하는 겁니다. CEO가 품고 있는 "왜 하는가", "어떤 가치를 만드는가"를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CEO가 말을 안 해서가 아닙니다. 내재화가 안 된 겁니다.

벽돌공 세 명에게 "뭘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벽돌 쌓고 있어요", "벽을 세우고 있어요", "성당을 짓고 있어요"라고 답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많이들 아시는 비유죠. 보통 이 이야기는 "일의 의미를 찾으라"는 메시지로 쓰입니다. 하지만 리더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세 사람이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데 각자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그건 효과적인 팀이 아닙니다. "성당을 짓고 있다"고 답한 사람이 훌륭한 게 아니라, 세 사람의 답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CEO의 그림, 구성원의 직관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한 교육 스타트업에서 그 메커니즘을 선명하게 봤습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매출이 제로가 된 오프라인 교육 기업이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디지털 피봇을 시도했고, 새로운 인력을 채용했습니다. 모두가 살기 위해 미친 듯이 일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뭔가 안 맞았습니다. 기존의 교육 전문가들과 새로 합류한 디지털 인력이 각자의 언어로 각자의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회의는 많은데 결정이 안 나고, 결정이 나도 실행이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핵심 인력 3명이 동시에 퇴사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조직의 CEO에게도 머릿속 그림은 있었습니다. 피봇 이후 이 회사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지, 교육이라는 본질을 디지털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비전도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던지고,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문제는 구성원들 입장에서 그게 너무 많은 방향으로 동시에 들렸다는 겁니다. 디지털 전환도 해야 하고, 기존 교육의 본질도 지켜야 하고, 새로운 서비스도 만들어야 하고. CEO의 머릿속에서는 하나로 연결되는 그림이, 구성원들에게는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들린 겁니다.

"우리 대표님은 좋은 분인데, 솔직히 우리 회사가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어요." 현장에서 적지 않게 들은 말입니다.

결국 구성원들은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단순화합니다. "앱 만드는 회사", "교육 회사", "IT 회사". 자기가 매일 하는 일, 자기가 매일 만드는 것으로 회사를 정의하는 겁니다. CEO의 그림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그 그림이 조직 전체의 동일한 이해로 전환되지 못한 겁니다.

구글이 180개 팀을 2년간 연구한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Project Aristotle)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옵니다. 고성과 팀을 가르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Structure & Clarity' — 목표, 역할, 실행 계획이 팀 전체에 명확히 공유되어 있는가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팀원 개인의 역량이나 지능은 팀 성과의 주요 예측 변인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뛰어난 사람을 모으는 것보다, 같은 그림을 보고 달리게 만드는 구조가 성과를 결정한다는 것.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사실을 데이터도 뒷받침합니다.


동기화는 어떻게 하는가

CEO의 그림이 조직 전체에 동기화되어야 한다. 이건 목적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조직은 탑다운으로 밀어붙입니다. CEO가 방향을 선포하고, 맞지 않는 사람은 내보내고, 새로운 사람을 채용해서 세팅합니다. 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급격한 전환기에, 속도가 생존을 결정하는 상황에서는 그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서 결과를 만들어봤습니다.

그 스타트업에서 우리가 한 일은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먼저,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는 왜 교육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갔습니다. CEO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을 꺼내고, 구성원들이 각자 이해하고 있던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과정이었습니다. 교육 전문가든 디지털 인력이든, "왜 이 일을 하는가"를 같은 테이블에서 이야기하자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CEO가 단상에서 선포하는 것과, 그 방향을 구성원들이 자기 언어로 소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CEO의 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일방적으로 내려오면 '회사의 것'이지 '나의 것'이 되지 않습니다.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CEO의 방향이 구성원들의 맥락으로 번역되고, 그래야 비로소 동기화가 시작됩니다. 이건 CEO의 판단을 희석시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판단이 조직 전체에서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뭘 하는 회사인가"가 동기화되자, 그 다음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그 정체성에서 올해의 방향이 나오고, 방향에서 분기 목표가 나오고, 목표에서 각 팀의 할 일이 나왔습니다. OKR을 도입했지만, 구글의 OKR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분기가 아니라 월 단위로 시작했고, 핵심 결과도 두세 개로 줄였습니다. 완벽한 시스템보다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먼저였습니다.

반기 후, 매출이 5배로 뛰었습니다. 이후 2년 연속 3배 성장했고, 핵심 인력 이탈률은 0%가 됐습니다.

당연히 마법 같은 수치 뒤에는 끊임없는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워크숍 과정에서 팀원들이 팀장에 대한 격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고, 팀장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로서 그런 정서들을 수습하느라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또 너무 바쁠 때는 목표와 역할, 실행 계획을 계속 점검하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 자체였습니다. 서로 다른 그림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맞춰가고, 개개인 사이의 간극을 줄여가는 것. 한 번의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계속 맞추고 또 맞추는 과정이었습니다.


동기화는 왜 풀리는가

그 스타트업의 CEO는 컨설팅이 끝난 뒤에도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반기에 한 번씩 회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방향을 재점검합니다. 물론 외부 컨설턴트의 도움이 효과적인 부분도 있지만, 솔직히 이 조직이 잘 운영되고 있는 건 우리 때문이 아닙니다. CEO와 팀장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방향을 확인하고, 구성원들과 대화하고, 필요하면 다시 맞추는 과정을 자발적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조직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들어가서 동기화를 만들어놓고 나오면, 다음에 다시 갈 때 이미 흐트러져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워크숍에서 "우리가 뭘 하는 회사인가"를 함께 그렸는데, 석 달 뒤에 물어보면 또 "앱 만드는 회사요"로 돌아가 있습니다. 일상의 업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다시 눈앞의 것으로 돌아갑니다.

동기화를 만드는 것보다 동기화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걸 유지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를 보면, 결국 두 가지로 귀결됩니다.

하나는, 함께 만든 구조와 시스템을 자발적으로 돌리고 개선하려는 문화가 팀 안에 정착되었는가. 한 번 만들어놓고 끝이 아니라, 점검하고 수정하고 다시 맞추는 과정 자체를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이게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설계도 석 달이면 먼지가 쌓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과정을 눈에 보이는 성과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십이 존재하는가. 매출, 고객 수, 출시 일정 — 당장 숫자로 보이는 것들에 비해,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일은 늘 후순위로 밀립니다. 리더가 이걸 중요하게 다루지 않으면, 팀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바쁘기만 한 팀에게

만약 지금 "우리 팀은 다들 열심히 하는데 뭔가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다면, 한 가지만 해보시길 권합니다.

팀원 세 명에게 각각 물어보세요. "우리 회사가 뭘 하는 회사야?"

같은 답이 나오면, 괜찮은 겁니다. 다른 답이 나오면, 그게 시작점입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동기화가 안 된 겁니다.

이 경우 우선적으로 해볼 수 있고,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이 있습니다. 미션(Mission)-비전(Vision)-핵심가치(Core Value) — 이른바 MVC를 팀과 함께 점검해 보는 겁니다. 대부분의 조직에 MVC는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도 있고, 사업계획서에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거기에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걸 꺼내서 팀원들과 함께 읽어보고, 지금 우리가 하는 일과 맞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면 다시 쓰는 것. 거창한 워크숍이 아니어도 됩니다. 회의실에서 한 시간, "이게 지금 우리한테 맞는 말인가?"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집니다.

동기화의 출발은 CEO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조직 전체가 동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옮기는 데 있습니다. 선포만으로 될 수도 있고, 대화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방법은 조직마다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동기화 없이 열심히만 한다고 성과가 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같은 그림을 갖게 됐다면, 그 다음 문제는 또 있습니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팀이라도, 막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이야기 —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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