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플로그를 시작하며 — 왜 '팀의 작동법'을 데이터로 풀려 하는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은 사상 3번째 16강에 진출했습니다. 감독 파울루 벤투가 4년간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단순한 전술이 아니었습니다. 센터백부터 공격수까지, 모든 선수가 '우리가 어떻게 플레이할 것인가'를 명확히 이해하고 수행하게 만드는 것. 개인 기량으로는 열세였지만, '정렬된 팀'의 힘으로 포르투갈을 꺾었습니다.
팀이 잘 작동하는 것과 뛰어난 개인들이 모여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축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0년 넘게 여러 조직을 들여다보며 반복적으로 확인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부족합니다"
한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익숙한 진단이었습니다. 조직을 들여다봐 달라는 의뢰의 절반은 비슷한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구성원들이 능동적이지 않다,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주인의식이 없다. 문제의 화살은 늘 '사람'을 향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트업이 도움을 요청할 때는 이미 팀의 정렬이 무너진 상태라는 점입니다. 마치 축구팀 선수들이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거나 서로 다르게 플레이하는 것처럼, 구성원들이 팀으로서 기능하기 힘든 갈등 상태까지 가서야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습니다.
"핵심 개발자 3명이 동시에 퇴사 의사를 밝혔어요."
"투자사에서 조직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팀이 20명이 넘어가니 갑자기 아무것도 안 돌아가요."
그리고 하나같이 덧붙입니다. "지금까지는 제품 개발하고 고객 찾느라 바빴어요."
진짜 문제는 '태도'가 아니었다
30인 규모의 그 스타트업에 들어가 정량 진단과 함께 구성원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각 팀장과 팀원을 한 명씩 만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물었습니다. 대표가 말한 '주인의식 결여'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과는 대표의 진단과 꽤 달랐습니다.
팀원들은 열심히 일하고 싶었습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였습니다. 팀장과 팀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정렬되지 않았고, 의사결정의 기준이 모호했으며, 일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 자체가 없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그 조직에는 목표 설정 체계 자체가 부재했습니다. 회사 전체의 경영 목표도, 팀 단위의 업무 목표도 구조화되지 않은 상태. 구성원들은 '그때그때 최선을 다한다'는 모호한 기준 아래 각자의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그 조직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업종과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경영 목표가 직관적으로 세팅되는 곳도 있지만, 목표 자체를 정량화하기 어려운 모호한 환경에 놓인 곳도 많습니다. 그런 조직일수록 '열심히 하자'는 정서적 합의만 남고, 방향과 성과의 정렬은 사라집니다.
개인의 자질이나 태도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과 리더십의 문제였던 겁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이런 현장 경험은 연구 데이터와도 정확히 맞닿습니다.
Duke대와 Stanford, Harvard 연구진이 인도의 고성장 테크 스타트업 100개를 대상으로 무작위 현장 실험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Chatterji et al., 2019). 창업자들에게 다른 기업가의 조언을 연결해줬는데, 핵심은 조언의 '내용'이었습니다. 정기적 미팅, 일관된 목표 설정, 빈번한 피드백 등 적극적인 사람 관리 방식을 조언받은 그룹과, 소극적 관리 방식을 조언받은 그룹을 2년간 비교한 것입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적극적 관리 조언을 받은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조직 규모가 28% 더 성장하고, 실패 확률은 10%p 낮았습니다.
투자자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 88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Gompers et al., 2020)에서, 투자 대상을 선정할 때 경영진의 질을 제품이나 기술보다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10,500명 창업자의 디지털 풋프린트를 분석해, 창업자의 성격 특성이 투자 유치부터 IPO/인수까지 스타트업 전 단계의 성과를 유의미하게 예측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Freiberg & Matz, 2023). 결국 투자자들은 제품이 아닌 팀에 투자합니다.
CB Insights가 101개 스타트업의 실패 포스트모템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실패 원인은 시장 수요 부재(42%), 자금 부족(29%), 팀 문제(23%) 순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팀 문제가 3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 42%를 들여다보면,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체계적인 프로세스가 없었거나 부정적 피드백을 수용하는 문화가 부재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것도 결국 팀의 문제입니다.
진단이 바꾸는 것: '느낌'에서 '구조'로
다시 그 스타트업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우리가 한 일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상황을 정확히 인식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행동 특성 진단, 팀 역학 진단을 통해 팀 단위와 조직 전체의 구조적 어려움을 데이터로 보여줬습니다. 대표가 '주인의식 부족'이라고 느꼈던 현상이,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의 혼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핵심 이슈를 도출한 것도 정량 진단에 정성 인터뷰까지 병행했기 때문입니다.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맥락이 인터뷰에서 드러났습니다.
둘째,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팀장들을 위한 퍼실리테이션 교육, 팀 내 구성원 상호 이해 워크숍, 일하는 방식 수립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각자가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하고, 어떤 기준으로 일하는지를 처음으로 '대화'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규칙을 위에서 내려준 것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함께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직접 만든 시스템은 '남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됩니다.
셋째, 목표를 정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조직의 특성에 맞게 OKR을 커스텀해서, 회사 전체의 방향과 팀 목표, 개인의 업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벤투가 모든 선수에게 '우리가 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명확히 했듯이, 조직 전체가 '우리가 무엇을 향해, 어떻게 달리고 있는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컨설팅이 끝난 뒤에 남는 질문
그 대표는 이후에도 우리와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반기에 한 번씩 회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조직 전체의 구조를 점검하고 목표를 재설정하고 구성원들의 방향을 다시 정렬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집중 컨설팅 기간이 끝난 뒤의 관리는 매우 느슨해집니다. 이것은 그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개발 컨설팅이 가진 구조적 한계입니다. 진단하고, 설계하고, 워크숍을 진행하고, 성과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떠납니다. 6개월 뒤 다시 들어가서 확인합니다. 그 사이의 일상적인 팀 운영 — 매주의 1on1, 팀 내 갈등 관리, 목표 진척도 점검 — 은 결국 리더 개인의 역량에 맡겨집니다.
팀장들이 매일의 팀 운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 진단 데이터에 기반한 상시 코칭과 퍼실리테이션이 가능하다면 어떨까. 이 질문이 오래 남았고, 지금도 답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
팀플로그는 '함께 일하는 법을 설계합니다'라는 문장에서 출발합니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팀이 잘 작동하지 않는 원인의 대부분은 사람의 자질이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스템은 데이터를 통해 보이게 만들 수 있고, 적절한 과정을 통해 설계할 수 있다는 것. 좋은 시스템을 아는 것과 그것을 구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구글의 OKR을 그대로 복사한다고 구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에 맞는, 우리가 함께 만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그 경험과 생각을 나누려 합니다.
조직개발과 리더십, 팀빌딩과 코칭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 숫자가 보여주는 것과 숫자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 컨설턴트로서 겪어온 시행착오와 그로부터 배운 원칙들. 바로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와 프레임워크.
팀의 생산성을 고민하는 리더, 조직문화를 설계하고 싶은 HR 담당자, 그리고 '우리 팀은 왜 이럴까'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본 모든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겠습니다.
함께 일하는 법, 같이 설계해 봅시다.
팀플로그는 퍼실리테이션 기반 조직개발 전문기업 시너지어스에서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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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CB Insights. (2019). The Top 20 Reasons Startups Fail.
- Chatterji, A., Delecourt, S., Hasan, S., & Koning, R. (2019). When Does Advice Impact Startup Performance?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40(3), 331-356.
- Gompers, P. A., Gornall, W., Kaplan, S. N., & Strebulaev, I. A. (2020). How Do Venture Capitalists Make Decision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35(1), 169-190.
- Freiberg, B., & Matz, S. C. (2023). Founder Personality and Entrepreneurial Outcomes: A Large-Scale Field Study of Technology Startup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0(19), e2215829120.